허준 (1910~????)
허준의 작품은 현실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내부에 시선을 돌릴 때 필연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고독감을 주제로 한다.
내면의식의 소설적 추구 |
- 최명익보다 더욱 허무주의적 경향 (당대 현실에 대한 지식인의 불안 의식과 허무주의적 태도) - 〈탁류〉 (1936) : 어쩔수 없는 운명으로 인해 현실에서의 자의식의 세계를 성실히 천착 - 〈야한기〉(1938), 〈습작실에서〉(1941) : 허무의 심연에 칩거한 지식인의 내면 세계 *해방공간의 현실에 대한 소설적 형상화 - 〈잔등〉(1946) : 만주에서 서울까지 돌아오는 귀환의 과정이 소설화 ▶ 귀환의 여정과 해방 공간의 현실에는 흥분과 광기가 넘쳐있을 뿐, 그 한구석에 비애와 허무가 곁들여짐 |
1910년 2월 27일 평북 용천 출생. 일본 호세이대학(法政大學)을 졸업했다. 1935년 10월 『조선일보』에 시 「모체(母體)」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1936년 「탁류」를 발표하면서 소설 창작에 전념하였다.
광복 전에는 ‘나’라는 고독한 자아의 내면심리를 그려낸 「야한기」(1938), 「습작실에서」(1941) 등을 발표하였다.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속 습작실에서」(1947), 「평때저울」(1948), 「역사」(1948) 등을 발표하다가 월북하였다.
소설집으로 『잔등』(1946)이 있다. 광복 전에 발표된 허준의 작품은 현실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내부에 시선을 돌릴 때 필연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고독감을 주제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사람들이 현실을 살아나가는 가치의 판단에 굳이 골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저 홀로 있다는 고독을 조용히 음미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인의 내면심리 추구는 광복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변모하기 시작한다.
「잔등」에서는 광복의 피난상황이 지식인의 자의식을 통해서 엄정하게 그려져 있으나, 「속 습작실에서」에 이르면 독립투사의 진실한 삶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중립적 태도가 흔들린다. 이후의 작품에서는 역사현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나타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준 [許俊]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허준에게 있어 고독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들이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치스런 물건인데 자기 자신의 내부가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잔등」(『대조』, 1946.1∼7)·「한식일기」(『민성』, 1946.6)·「속(續)습작실에서」(『조선춘추』, 1947.12)·「평때저울」(『개벽』, 1948.1)·「속 습작실에서」(『문학』, 1948.7)·「역사」(『문장』, 1948.10) 등을 발표하다가 월북하였다.
허준이 즐겨 다룬 지식인의 내면심리 추구는 광복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변모하기 시작한다. 「잔등」은 그 냉정한 관찰정신과 역사에 대한 중립성, 균형감각이 특히 주목된다. 즉, 광복 전에 발표된 「탁류」·「야한기」·「습작실에서」 등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허무주의적 성격, 냉정한 고백체의 성격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맹목성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속 습작실에서」에 이르면 독립투사의 진실한 삶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중립적 태도가 흔들리지만, 역사현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나타난다. 소설집으로 『잔등』(1946)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준 [許俊]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작품 목록
필독 | 해법문학 | 윤희재 전공국어 |
탁류 습작실에서 잔등 |
X | X |
탁류
『조선일보』 (1938)
습작실에서
『문장』 (1941)
이 작품은 주인공이 벽지의 어느 산골 병원에 있는 T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고백의 문학이다. 주인공은 도쿄의 번잡한 하숙집을 마다하고 굳이 학교에서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한적한 시골의 셋집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던 중 그 셋집의 주인과 사귄다. 그의 청결한 생활은 남은 여생을 고고히 살아가려는 노인의 사고방식과 일치되어 둘은 긴밀한 교제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노인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특별한 사건 전개가 없는 이 작품의 주제는 결국 ‘나’의 고독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생활에 대한 거리두기를 고독과 동일선상에 놓고 즐기고 있다.
그에게 있어 고독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들이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치스런 물건인데 자기 자신의 내부가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구도는 일본 사소설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일본 사소설의 주제는 주로 간통, 이별, 병, 돈 문제 등 개인적인 위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일상적인가 형이상학적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것을 생의 위기감으로 여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은 작가가 ‘천(天)의 선민(選民)’이 된 귀족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준은 이런 사소설의 맥을 나름의 방식으로 찬찬히 소화해 내었고, 이런 습작정신은 「잔등」 같은 소설을 낳는 기반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습작실에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잔등
《대조》 (1946)
인간은 누구나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뱀장어가 상징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본능이지요. 이러한 본능은 침략자이건 피해자이건 인정받아야 한다고 화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바라본 해방 후의 현실은 기존의 지배자들이 사라진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원한과 복수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가격과 환희라는 축제적인 분위기는 이러한 잔혹한 폭력을 통해서 더욱 고취됩니다. … 식민지 침략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그 죗값을 물어야겠지만, 그들과 똑같은 폭력과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리 바꾸기에 지나지 않겠지요.
해방은 곧 새로운 종속을 의미하는 것이고, 식민지적 폭력의 끝은 또 다른 폭력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폭력의 연쇄고리를 끊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화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해방도 해방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화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해방 후 우리나라의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고, 그 때문에 다시 화자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혁명이라는 것은, 진정한 해방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이전의 권력을 대체하여 더 나은 우리 혹은 나의 권력을 세우려는 소아적 발상이 아니라, 「잔등」의 노파처럼 "그 비길 데 없이 따뜻한 큰 그림자"로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잔등이란 훅 불면 꺼져버릴 정도로 미미하고 작은 존재이지만, "황량한 폐허 위"에서도 모든 것을 그 속에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진 "제 힘뿐을 빌려 퍼덕이는 한 점 그 먼 불그늘"을 의미하고, 그것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조》 창간호인 1946년 1월호(1권 1호)와 4월호(1권 2호)에 2회 분량을 연재하였으나 중단되었던 것을 완결하여 1946년 9월 을유문화사에서 낸 창작집의 표제작으로 실었다. 창작집에는 「잔등」 외에 「습작실(習作室)에서」, 「탁류(濁流)」가 같이 실렸다. 단행본의 내용은 청진의 수성 거리를 헤매다 국밥집의 노파를 만나 그 사정을 듣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나’가 장춘에서 회령, 청진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귀환 과정에서 만나는 군상들이 묘사되는데, 이를 통해 해방 이후 조선의 불안한 미래를 조망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해방의 환희나 감격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해방 공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내용
‘나’와 방은 해방을 맞아 만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이다. 장춘을 떠나 스물하루 만에 회령에 도착한 나와 방은 회령의 도립병원 인근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다음 날 아침 회령역에서 출발하는 군용 열차를 탈 계획이다. 그러나 ‘나’는 붐비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기차에 올라탄 방을 눈 깜짝할 사이에 놓치고 선로에 홀로 남겨진다. ‘나’는 방이 탔던 열차를 기다려 그를 다시 만나 청진으로 들어갈 계획으로 자동차를 얻어타고 청진 인근의 수성에 도착한다. 그러나 ‘나’는 곧 방을 찾을 길이 막막하다는 것을 깨닫고 청진을 향해 걸어간다. 갯가에서 잠시 쉬던 ‘나’는 뱀장어를 잡던 소년과 만난다.
소년은 뱀장어를 잡아 일본인들에게 팔기도 하고, 그들을 감시하는 밀정 노릇을 하기도 한다. 일본인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지니고 있는 소년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보이며 패망한 일본인들의 상황을 흥분하여 말한다. 소년과 헤어져 청진 시내로 들어온 나는 여관에 여장을 푼다. 해질 무렵 청진역으로 나가 방이 탔던 열차를 기다리다 날이 어두워져 여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여관에 손님에게서 방이 탔던 열차가 밤늦게야 도착한 사실을 듣고는 역에 다시 나가지만 끝내 방을 만나지 못한다. ‘나’는 수성 거리를 헤매다 낮에 갔던 국밥집에 다시 간다.
국밥집 노파는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혼자 살고 있다. 노파는 패망하여 피난 가는 일본인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내비친다. ‘나’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죽은 아들의 원수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일본인에 대하여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노파에게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본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장국밥집 앞에서 극적으로 방과 재회한다. ‘나’와 방은 그 누이 집에서 이틀간 자고, 사흘째 되는 날 신포동으로 내려오지만 차가 없어 여관에 든다. 그 이튿날 기다렸던 군용 열차를 타고 ‘나’와 방은 서울로 향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잔등 [殘燈]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1917-1950, 2013. 2. 5., 송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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