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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1963~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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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쥐잡기」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하였다. 6년 남짓인 짧은 기간 동안 그는『열린사회와 그 적들』(1993),『장석조네 사람들』(1995),『고아떤 뺑덕어멈』(1995),『자전거 도둑』(1996),『양파』(1996) 등 소설집과 콩트집『바람부는 쪽으로 가라』(1996), 창작동화집 『열한 살의 푸른 바다』(1996)를 잇따라 내놓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1998년 지인과 부인 함정임은 유고작을 모아 『아버지의 미소』를, 짧은 소설을 모아 『달팽이 사랑』을 펴냈다.

 

김소진의 작품세계는 흔히 자신의 가족사 이야기, 미아리 산동네의 민중들의 이야기, 지식인의 자의식을 다룬 이야기 등 세 개의 계열로 분류된다.

 

1. 사회변혁 운동이 실패를 하면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가족사에 대한 기억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쓰기의 원동력이 되었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주로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쥐잡기」,「춘하 돌아오다」,「사랑이 앓기」,「고아떤 뺑덕어멈」,「개흘레꾼」,「두 장의 사진으로 남은 아버지」,「자전거 도둑」,「원생학습생활도감」,「목마른 뿌리」).

 

2. 자신을 탄생시킨 아버지와의 화해는 결국 아버지로 대표되는 산동네 민중들의 이해로 확대된다(『장석조네 사람들』,「비운의 육손이형」,「수습일기」, 「그리운 동방」). 그는 기억의 서사를 통해 아버지와 엄마로 대표되는 민중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구성해내었다. 90년 신세대 작가들이 사회나 역사 대신 개인과 욕망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그는 추상적인 이념으로만 존재하던 민중이 실제로 역사 앞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우리말 공부와 어머니의 입심의 영향으로 그는 계층에 맞는 언어와 생생한 생활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여 산동네 민중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었다.

 

3. 김소진은 또한 변혁운동의 실패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식인을 다룬 소설을 썼다. 「처용단장」,「임존성 가는 실」,「혁명기념일」,「경복여관에서 꿈꾸기」,「울프강의 세월」,「신풍근배커리 약사」등에서 그는 자본제적 논리에 순응해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소진 [金昭晋]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필독 해법문학 윤희재 전공국어
갈매나무를 찾아서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갈매나무를 찾아서 자전거 도둑

 

 

자전거 도둑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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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실향민 아버지를 통한 유년기의 가난과 상처
갈래 단편소설, 사실주의소설
성격 사실적, 회고적, 실존적
배경 현재 1990년대 서울 주변의 신개발 도시
과거 두 인물의 유년기 고향

 

 

신문 기자인 주인공 김승호와 그의 자전거를 몰래 훔쳐 타는 동네 에어로빅 강사 서미혜의 이야기를 이탈리아 영화감독인 비토리오 데 시카의 영화 『자전거 도둑』과 연관시켜 그려낸 소설이다.

 

영화 『자전거 도둑』은 이차대전이 끝나고 폐허로 변한 로마를 배경으로 주인공 안토니오와 그의 아들 브루노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어렵게 포스터 붙이는 일을 구하게 된 안토니오는 그 일을 위해 아내의 헌 옷가지를 담보로 구한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결국 자전거를 되찾지 못한 안토니오는 남의 자전거를 훔치다 붙잡히고, 온갖 멸시와 모욕을 받다가 풀려난다.

아들 브루노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데, 김승호는 아버지의 이러한 모습을 지켜봄으로 인해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브루노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과거 김승호의 아버지는 수도상회의 ‘혹부리영감’에게 물건을 받아 오는 과정에서 소주 스무 병 값을 치르고서 열여덟 병만 들고 오는 실수를 저지른다. 김승호는 그런 아버지 대신 혹부리영감에게 사정을 얘기하러 가지만 혹부리영감은 그런 사정을 감안해주지 않았고, 결국 닷새쯤 지나 다시 수도상회에 물건을 떼러 간 아버지는 몰래 소주 두 병을 더 담았다가 발각 당한다. 어린 김승호는 혹부리영감에게 그것이 자신의 짓이라 거짓말을 하고, 용서해 주는 대신 아들을 호되게 가르치는 모습을 보이라는 혹부리영감의 말을 들은 아버지에게 따귀를 얻어맞는다. 그로 인해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애비라는 존재는 되지 말자”고 결심한다.

 

이런 김승호와 서미혜는 영화 『자전거 도둑』을 함께 보며 서로의 과거를 공유하게 된다.

어린 김승호는 어두운 밤 수도상회에 몰래 들어가 난장판을 만드는 것으로 ‘복수’를 행하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혹부리영감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서미혜도 어린 시절 간질로 인해 성장이 멈춘 오빠가 자신에게 성적 수치심을 준 일을 계기로 엄마가 고향에 내려간 사이 오빠를 방치해 두어 굶어 죽게 만든 일이 있다.

 

이런 얘기를 주고받고 난 김승호는 서미혜를 멀리 하게 되고, 서미혜가 다른 자전거를 훔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는 자리를 피해버린다. 작중에서 김승호가 무능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자신이 ‘복수’를 감행한 반면, 서미혜의 경우에는 무능한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에 대한 자기 위안으로 남의 자전거를 몰래 타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서 유년기의 상처와 그 극복이라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전거 도둑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갈매나무를 찾아서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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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
갈래 단편소설
성격 회상적, 상징적
배경 시간 주인공 두현의 서른 즈음
공간 서울 근교의 찻집

 

 

※ 특징

- 백석의 시를 인용하여 인물의 처지를 드러냄

- 상징적 소재를 활용하여 주제 의식 형상화

 

갈매나무

갈매나무는 열매와 함께 독한 가시를 지닌 나무이다. 두현이 기억하는 갈매나무는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대상이다. '아름다운 지옥'이라는 찻집은 지옥과 아름다움이 원래 하나란 의미이듯 두현에게는 갈매나무 역시 기쁨과 아픔의 기억을 모두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다. 두현은 백석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가난과 추위의 떠돌이 생활 속에 문득 갈매나무를 떠올리듯, 자신도 추운 계절을 꿋꿋이 견디며 힘차게 수액을 뽑아 올리는 수칼매나무를 떠올리며 세상의 독한 가시를 이기는 단서를 찾아낸다. 지옥과 아름다움이 원래 하나이듯 지금 여기서 지지고 볶고 사는 삶의 역설성에 세상의 독한 가시를 이기는 단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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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나(민홍) 미아리 산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 한밤중에 오줌을 누러 갔다가 욕쟁이 할머니의 짠지 단지를 깨트리자 실수를 감추기 위해 눈사람 속에 짠지 단지를 감춘 채 하루 동안의 가출을 감행한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눈사람이 치워져 있었고 이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자신과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잊을 수 없는 유년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어머니 미아리 옛집을 세놓고 신도시에서 결혼한 아들과 함께 산다.
창이 형 주인공인 ‘나’와 함께 산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인물. 별다른 직업 없이 ‘나’의 아버지 가게에서 석유나 연탄 배달을 하면서 지냈지만 재개발이 시작되자 재개발조합의 간사로 일하게 된다.

 

‘나’는 재개발이 한창인 예전 산동네를 찾는다. 그곳에서 ‘나’는 어린 시절 욕쟁이 할머니의 짠지 단지를 깨트리고 두려움 때문에 눈사람 속에 항아리를 감춘 채 하루 동안의 가출을 감행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하루 동안의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다는 낯선 깨달음과 마주하며 눈물을 흘린다.

철거가 시작된 산동네에서 예전 이웃들과 만나면서 ‘나’는 갑작스러운 변의를 느낀다. 폐허 사이에서 깨진 항아리를 발견한 ‘나’는 참았던 똥을 누며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이제껏 자신을 지탱해온 기억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현실 앞에 똥을 누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똥을 다 눈 ‘나’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산동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김소진 소설은 유년의 ‘기억’을 통해 후기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폭력성을 드러낸다. 등단작인 「쥐잡기」에서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인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 이르기까지 김소진은 70년대 산동네 민중들의 삶을 풍부한 입말로 되살려냈다. 이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치닫기 시작한 90년대 한국 사회의 이면을 70년대 도시 주변부 밑바닥 삶과 병치함으로써 시대의 간극을 횡단하며 존재하는 현대인의 실존적 문제를 보여준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도시 재개발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옛 집을 찾아가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한 지붕에 아홉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장석조네 집. 그곳이 주인공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미아리 산동네로 향하면서 ‘나’는 이십 년 전 기억을 떠올린다. 유년 시절 오줌을 누러가다 욕쟁이 할머니의 짠지 항아를 깨트린 나는 실수를 감추기 위해 짠지 단지를 눈사람으로 위장해 숨겨버린다.

“눈사람 속에 감춰진 비밀”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나’는 하루 동안의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마당에 있어야 할 눈사람은 이미 치워져버린 후였다. 이 사건으로 ‘나’는 “세계가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깨달음과 함께 “자신을 상대하지도 혼내지도 않는 세계”가 존재함을 느끼고 혼돈에 빠진다.



유년 시절의 상처를 간직한 옛 동네가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광경은 한 인간이 지녔던 기억의 토대가 사라져가는 도시 주변부의 삶을 드러낸다. 원주민들이 이주한 철거 현장에서 항아리에 똥을 누는 마지막 장면은 유년의 기억을 간직한 삶의 터전이 상실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유년의 기억이 해체되어가는 현실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자괴감의 표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 11., 김동현, 정선태, 위키미디어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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